대회 참가기

2005년 서울국제겸동아 마라톤

이사도라~ 2006. 3. 6. 08:16
3월 13일 제76회 동아마라톤대회 ...풀코스 여덟번째 도전을 앞두고
새로운 긴장 때문에 이틀동안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이제,
서울 한 복판에서의 여덟번째 도전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런지 사뭇 긴장이 끊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코스가 무난한 것은 물론이고 국제적 메이져대회라는 동아마라톤에서,
올해 목표인 3시간40분대를 달성하고 싶다는 욕심은 자연스런 것이었다.
누적 훈련량은 어느누구가 견주어 보아도 상당히 열심히 했다는 겄을 반증 하여 준다,
나름대로 장거리 주와 틈틈히 언덕 훈련을 하였고,
웨이트 트레이닝등으로 근력강화에 노력하였다.

작년 춘천대회에서의 후반부 체력저하로 인한 고통은,
능력을 도외시한 초반 오버페이스의 위험을 뼈져리게 느끼게 해주었고,
1월 고성대회에서의 3시간 54분은 고른 페이스가 보다 정확하게
목표달성에 가까이 할수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이제 지금껏 훈련을 분석하고 내게 맞는 페이스를 결정한 뒤 그 속도에 충실할려고 하였다.
마라톤에 입문한지 일년 여. 나이에 비하면 좀은 무리하게 달려온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적토마회원 17명의 참가선수단을 태운 버스는
밤 9시쯤에 광화문에 도착하여 청진 모텔에 여장을 풀고
강남으로 달려가 사랑하는 친구들(태건이 승현이 오탁이 동식이 계순이)
잠깐이나마 얼굴 보고 헤어졌지만 기다려준 친구들이 정말 고마웠다..

대회당일 5시에 일어나 식사하고 대회준비를 하여 출발지인 광화문으로 이동하였다.
7시쯤에 참가선수들 대부분 도착하여
옷갈아입고 8시 출발에 맞춰 준비에 여념이 없어보였다.
화창한 날씨에 기온은 영하7도.. 차가운 날씨에 몸이 굳어,
집에서 가져간 불우이웃돕기용 헌옷을 껴입고, 이리 저리 가볍게 뛰어 몸을 데운다.

8시의 세종로 거리는 축제의 분위기였고
메이져대회답게 정각에 쏘아진 폭죽에 맞춰 2만3천여 참가선수들은
물결처럼 메트위로 달려나간다.
가뜩이나 서울지리를 모르는 내가,
마라톤 대회중 지명을 거론하며 거리의 느낌을 기억하는것은 무리라 생각된다.
여하튼 아무생각없이 오로지 거리표지판에 따른
km당 5분 언저리의 속도만을 의식하며 달린다.
급수대 주위는 고수들이 지나가며 먹고 버린 물이 얼어서 미끄럽다.
오버페이스를 않을려고 스스로 다짐하며 그렇게 힘들지않게 분위기에 휩쓸려
잠실대교 하프지점을 통과하였는데 1시간 46분여.. 30km이후 급격한 페이스저하만
하지않는다면 3시간30분대도 가능할 것 같았다.

25km쯤에서 이상헌씨가 재빠르게 지나가면서 일러준다.
속도를 좀 줄이라고..
조금씩 늦추기로 하고 달리는데 30km까지는 그렇게 쳐지지않고 달려왔다.
아직 뒷심이 부족하다. 35km이후 조금씩 속도가 떨어지며 다리도 무겁고,
몇사람들인가 많은 사람들이 나를 추월해가고....
남은 거리가 6km정도에서, 문수구장 두바퀴를 생각하며 마지막 힘을 낸다.
3시간 45분대는 무난하다 생각하니 가슴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뿌뜻함이 온 몸을 감싼다.
아기자기한 코스탓일까. 춥긴하지만 날씨탓일까, 또 하나의 새로운 기록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쓰러질듯한 피로는 느껴지지 않고있다.
다만 급수때만 빼고는 한 번도 팔에 자세를 변화시키질 않았다.
기브스 한것처럼 움직여 지질않고.
아마도 추운 날씨여서 그런가 보다.
이제 잠실운동장이 보이고 마지막 피치를 올려보지만 속도는 나질 않는다.
목표기록을 달성한 자만심이 악착같은 생각을 없애버리는 것 같다.
마지막 휘니쉬 라인을 통과한 시간이 3시간 43분 53초!
이렇게 해서 기다리던 서울 레이스는 나에게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대회였다.

올가을 춘천에서 또다른 기록을 향하여 이사도라의 마라톤 도전은 계속 된다.

광화문 근처에 숙박지를 구한다고 애쓴 중섭이 고맙고 승현이도 애많이 썼다.
그리고 서울 친구들 밤늦게까지 친구 만날려고 기다려주어 고맙고
늘 친구가 있기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이사도라가......